[인터뷰 온 더 플레이트] 돼지고기 맛있게 쓰는 법: 한식을 사랑하는 이정웅의 비밀 노트
트렌드 · 2025-05-29
F&B 분야의 다양한 전문가들을 만나는 <인터뷰 온 더 플레이트>에서는 앞으로 외식업계 종사자와 예비 창업자분들께 실질적인 도움이 될 알짜 꿀팁도 함께 전해드릴 예정입니다. 오늘은 다채로운 이력을 가진 이정웅님을 만나, 한식의 전통과 현대적 해석이 어우러지는 방법과 아이디어를 들어봅니다.
분당에 위치한 <판교순대>에서 이정웅 한라식품 총괄이사를 만났습니다. 명함을 받아보니 글자가 빼곡합니다. 회사 밖에서의 다양한 '부캐'까지 담겨있습니다. 쿠킹 스튜디오를 운영하는 요리연구가, 궁중음식 체험지도사, 중앙일보 요리 칼럼 필진 등의 이력은, 그가 얼마나 깊은 '요리 인생'을 살아왔는지 말해주는 듯합니다.
Q. 명함이 인상적인데요,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이정웅입니다. 보신 것처럼 부캐가 많은데 공통분모는 요리예요. 어릴 때부터 식재료에 관심이 많았어요. 번데기 빼고는 다 먹죠.(웃음) 지금은 식품 소스 회사에서 17년째 근무하고 있고, 신제품 개발, OEM, PB, 마케팅 등을 총괄로 맡아서 하고 있어요.
중소기업이다 보니 콘텐츠 예산이 넉넉하진 않아서 탕비실에서 카메라 렌탈해서 직접 찍기 시작했는데, 점차 확장되어서 '요리요정 이팀장'이라는 닉네임을 만들어 외부 활동도 하고 있어요.
Q. 외부 일이라면 어떤 건가요?
대사관 와인 행사 때 한식과 와인을 페어링한 케이터링을 진행하기도 했었고요. 7년 전에 쿠킹클래스를 열었는데 지금도 한 달에 한두 번 진행해요. 문화센터 출강도 하고, 요리책도 냈고요. 요리와 관련된 일이라면 뭐든 마다하지 않고 즐겁게 하고 있어요. 특히 한식을 가장 좋아해서 궁중음식연구원 교육과정도 수료했어요.
Q. 궁중음식이라니 정말 흥미로운데요, 어떤 매력이 있나요?
궁중음식은 불특정 다수가 아닌 특정인(왕과 왕비, 세자죠)에게 하는 음식이에요. 그 점이 무척 매력적이었어요. 손이 정말 많이 가는 음식인데, 그만큼 재료의 손질과 활용법이 무궁무진하게 펼쳐져요. 하나를 하더라도 허투루 하지 않고 제대로 하거든요.
귀한 식재료로 그에 맞는 손질을 하고, 조리하고, 어울리는 고명을 올려 맛을 내는, 정성이 참 많이 들어가는 음식이죠. 궁중음식연구원에서 재료 관리, 보관, 조리까지 온갖 지혜가 담긴 방법들을 2년 반 동안 배웠어요. 한식의 끝을 보려면 궁중음식을 해야 하는 것 같아요.
Q. 돼지고기를 활용한 궁중음식도 있나요?
사실 궁중에서 돼지고기를 잘 사용하지는 않지만, 하나가 기억에 남아요. 고려시대부터 내려온 돼지고기 맥적구이인데요. 된장 양념을 해서 재운 돼지고기를 석쇠에 굽고 부추를 곁들인 음식이에요. 된장에 단백질을 분해해 주는 효소가 있으니까 고기는 부드러워지고, 특유의 돼지 냄새도 줄여줘요.
부위는 목살이 좋아요. 아무래도 돼지고기구이는 목살로 해야 제일 맛있어요. 목살이 유일하게 마블링이 들어있는 부위거든요. 지방과 살코기가 적절히 배합된 목살에 된장으로 슴슴하게 양념을 해서 굽는 거죠. 여기에 부추도 곁들여 먹어요. 지금 저희가 먹고 있는 순댓국에도 부추 올리잖아요. 돼지고기는 찬 성질이고 부추는 따뜻한 성질이라 옛날부터 잘 어울리는 궁합이라 같이 먹는 경우가 많아요.
Q. 순댓국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지금 드시는 음식은 어떠신가요?
이렇게 탁하지 않고 맑은 순댓국은 처음 먹어봐요. 정말 깔끔하고 맛있네요. 원래 제가 다대기를 안 넣는 스타일이긴 하지만, 이 토속맑은순댓국은 더더욱 다대기를 안 풀어야 하겠네요. 그리고 저만의 팁인데요, 새우젓도 국물 없이 새우만 몇 개 건져서 넣어 먹으면 깔끔한 본연의 맛을 잘 느낄 수 있어요. 음, 순대도 먹어보니까 감칠맛이 있고, 내장도 잡내가 없어요. 그리고 무엇보다 반찬이 이것저것 안 나와서 좋네요! 제가 딱 좋아하는 스타일이에요.
Q. 요리연구가들은 자신만의 먹는 방식이 뚜렷한 것 같아요.
평소 메뉴 개발은 어떻게 하시나요?
새로운 걸 인터넷에 찾아보는 것보다, 전에 배웠던 책이라든지 어렸을 때 먹었던 걸 생각해서 활용을 많이 하는 편이에요. 그래서 오히려 더 새롭게 봐주시더라고요. 주재료랑 부재료의 조화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면서 메뉴 개발을 해요.
새로운 메뉴 개발할 때 돼지고기도 많이 써요. 부위도 많고, 부위별로 조리법도 달라서 활용하기 되게 좋잖아요. 예를 들면 수육도 삼겹살이나 목살 대신 항정살로 해봤는데, 아삭아삭한 식감이 나서 좋더라고요.
고객 반응 up!
항정살 수육 Special Recipe
1️⃣항정살을 키친타월로 잘 닦은 다음 소금 한 스푼 정도를 고기 표면에 고루 문질러요.
2️⃣20분 정도 재워두면 수분이 빠지면서 육질이 쫄깃해져요.
3️⃣고기를 끓는 물에 30분 정도 삶은 뒤 건져내요.
4️⃣고기가 식으면 썰어서 갓김치나 젓갈에 곁들여 드세요.
Q. 주재료와 부재료의 조화를 강조하셨는데
돼지고기가 주재료일 때, 부재료로는 어떤 걸 추천하시나요?
보통 마늘을 많이 넣잖는데, 전 마늘보다 생강이 더 좋아요. 향긋해서 돼지고기 특유의 냄새랑 잘 어울려요. 훨씬 더 맛있고 돋보이게 해주죠. 그래서 갈비찜이나 수육 할 때 생강이랑 통후추를 꼭 쓰는 편이에요.
깔끔한 맛을 내려면 청양고추랑 대파를 같이 쓰면 좋아요. 제육볶음이나 고추장조림 할 때도 꼭 넣어요. 아참, 돼지고기를 해물이랑은 같이 안 써요. 돼지고기는 오래 익히는 고기인데, 오징어나 문어는 안 그렇잖아요. 그래서 같이 쓰면 해물의 비린내가 좀 더 도드라지는 것 같아요.
쿠킹클래스에서 반응 좋았던
전통 레시피를 살린 돼지고기 요리 추천
🍖고사리 등갈비 조림
제주 전통음식인 돼지고기 고사리찜을 현대적으로 변형해본 거예요. 냄비에 고사리를 먼저 깔고, 양념한 등갈비를 얹어서 갈비처럼 찌면 돼요. 고사리도 갈비도 다 부드러워서 잘 먹을 수 있더라고요.
Comment : 제가 고향이 제주도인데, 제주에서는 고사리랑 돼지고기를 되게 잘 먹거든요. 그중 돼지고기 고사리찜은 돼지고기랑 고사리를 양념해서 푹 쪄서 메밀가루를 넣어 되직하게 만든 음식이에요. 메밀가루 때문에 요즘 사람들이 먹기에는 맛이 조금 거칠어서 저는 메밀가루를 빼고 만들어봤어요.
🥙돼지고기 조림과 바오번
돼지고기 삶은 물에 양조간장, 마늘, 생강, 사과 등을 넣고 달달하고 짭조름하게 졸여요. 그리고 돼지고기는 얇게 저며서 채를 썬 대파, 오이랑 같이 빵에 싸 먹으면 간식으로도 좋고 와인이나 막걸리랑도 잘 어울리더라고요.
Comment : 대만 길거리 음식 중에 조개 모양의 꽃빵에 불소스에 졸인 돼지고기를 넣고, 해선장 뿌리고 채소 끼워 먹는 샌드위치 스타일의 음식이 있어요. 저한텐 향이 좀 강해서 우리나라 입맛에 맞게 먹어보면 어떨까 하고 쿠킹클래스에서 수업을 했었어요. 그게 반응이 너무 좋았어요.
Q. 전통 콘셉트를 활용하려는 예비 사장님들에게 팁을 주신다면요?
기성품으로 만들어진 소스를 구입해서 사용하는 식당이 많은데, 시간이 걸리더라도 충분히 연구하고 전통적인 양념을 접목한다면 브랜드에 다양하고 좋은 활용이 될 것 같아요.
식재료와 양념의 퀄리티에는 욕심을 내시되, 가짓수에는 욕심을 안 냈으면 좋겠어요. 김치 네다섯 가지, 색깔별 소금, 반찬 엄청 많이 나오는 곳들도 있지만 사실 손님들이 다 먹지도 못해요. 비용만 올라가는 거죠.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저는 반찬 많은 곳은 선호하지 않아요. 우리 가게만의 맛있는 소스 하나면 충분해요.
잘 볶은 깨끗한 꽃소금에만 찍어 먹어도 고기가 좋으면 맛있거든요. 처음 식당 시작하실 때부터 단순하지만 단단하게 반찬과 양념 구성을 가져가는 게 좋은 것 같고요. 가짓수보다 퀄리티를 지키라는 말씀을 꼭 드리고 싶어요.
Q. 요즘 외식 브랜드 중에 인상 깊게 보신 곳이 있을까요?
돼지고기 샤브샤브를 처음으로 명확하게 인식시켜 준 브랜드가 있어요. 원래 샤브샤브는 몽골에서 넘어온 음식인데, 우리나라도 조선시대 때 전립투라는 도구에 고기를 굽거나 육수에 데쳐 먹는 문화가 있었어요. 이때는 소고기 꿩고기를 많이 사용했는데, 제가 인상 깊게 본 그 브랜드는 기본적으로 깔끔한 육수에 소고기와 돼지고기가 같이 나오는 스타일이라서 흥미로웠어요. 고기 퀄리티가 좋아서 물론 맛도 있었고요.
Q. 그동안 없던 새로운 조합을 잘 활용한 케이스군요.
돼지고기 파스타나 돼지고기 샐러드는 잘 안 드셔보셨죠? 요즘 좀 생기는 것 같은데, 이런 새로운 조합도 생각해 봐도 좋을 것 같아요. 예전엔 해물짬뽕만 있다가 이제는 돼지고기 짬뽕도 많아진 것처럼요. 사실 사장님들이 돼지고기로 하면 냄새 나지 않냐고 걱정하시는데, 아니에요. 예를 들어 샐러드볼이라면 돼지고기를 굽거나 볶아서 올리는 게 아니고 장조림을 쭉쭉 찢어서 고명으로 올리면 되죠. 파스타도 삼겹살이랑 통마늘이랑 엔초비 넣고 오일 베이스로 만들면 맛있어요. 이렇게 아이디어를 많이 내서 다양성을 시도해 봐도 좋겠어요.
Q. 마지막으로 구독자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려요.
무엇보다도 고기의 퀄리티를 신경 쓰는 것이 중요한 것 같아요. 돼지고기 가격이 많이 오르긴 했지만, 그래도 국내산 돼지고기를 써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조금 장사 잘된다 싶으면 단가를 내리려고 캐나다산 등 수입산으로 고기를 슬쩍 바꾸기도 하더라고요. 근데 표시가 나요. 구웠을 때 나오는 기름의 질이라든지 향 자체가 국내산과 달라요. 어떤 메뉴의 식당을 하시든, 돼지고기만큼은 국내산을 쓰고 좋은 걸 쓰셨으면 좋겠어요.
자칭타칭 한식 전문이자 돼지고기 전문가라 할 수 있는 이정웅 님도 입이 마르도록 강조하는 국내산 돼지고기의 퀄리티, 어떻게 좋은 곳을 찾을지 고민되신다고요? 언제나 일정한 고품질로 사장님들에게 든든한 파트너가 되어드리는 하이포크가 있습니다. 고기의 퀄리티에 진심인 사장님이라면 하이포크와 함께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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