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온 더 플레이트] 계절이 담긴 식탁을 준비하는 사람, 김희종 요리연구가
트렌드 · 2025-04-10
꽃마다 피는 시기가 다르듯, 식재료 하나하나에도 전성기가 있습니다. 미나리는 4월에 가장 향긋하고, 멍게는 5월에 특유의 쫄깃함이 살아나죠. 김희종 요리연구가는 늘 생각합니다. ‘오늘 가장 맛있는 건 뭘까?’ 그의 식탁에 계절이 담겨있는 비결입니다.
그는 정해진 대로 요리를 하는 게 아니라 자연이 주는 신호에 귀 기울이고, 그 안에서 최적의 식재료를 찾아 음식을 만듭니다. 이른바 ‘자연주의 요리’. 자연의 섭리를 거스르지 않는 방식입니다.
베트남 정취가 물씬 느껴지는 <아시안퀴진 똠> 판교점에서 김희종 요리연구가를 만나, 요리 철학부터 제철 식재료, 돼지고기 이야기, 그리고 요리를 둘러싼 여러 가지 생각도 들어봤습니다.Q.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요리연구가 김희종입니다. 자연주의 요리를 소개하는 세 권의 요리책을 냈고, 책들을 바탕으로 쿠킹클래스도 하고 있어요.
Q. 처음부터 요리를 하셨던 건 아니라고 들었어요.
제철 식재료 중심의 요리를 시작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요?
식당을 열기 전에는 디자인 분야에서 15년, 쇼핑몰 운영을 6년간 했어요. 워낙 음식에 관심이 많다 보니, 언젠가는 직접 식당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죠. 계절에 따라 신선한 재료를 사용해 점심에는 단정한 밥상을, 저녁에는 코스 요리를 내는 공간이었습니다.
자연주의 요리를 선택하게 된 건 아마도 성장 배경의 영향이 컸던 것 같아요. 어릴 적엔 매일 아침 7시에 온 가족이 둘러앉아 국과 반찬이 잘 갖춰진 집밥을 먹는 게 일상이었거든요. 특히 어머니가 제철 식재료로 만든 음식을 참 맛있게 잘 해주셔서, 저도 그 방식에 자연스럽게 익숙해졌어요.
Q. ‘자연주의 요리’라고 하면 ‘건강’이 가장 먼저 떠올라요. 건강한 음식이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내가 가장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이 곧 건강한 음식이라고 생각해요. 식당을 운영하면서 면역체계가 많이 망가졌을 때 제철 채소, 해산물 위주로 먹으면서 몸을 회복했거든요. ‘건강’이라는 키워드 자체보다 ‘나’를 주제로 삼아서, 스스로 먹고 싶은 걸 챙기는 요리가 결국 가장 오래 가는 건강한 요리가 아닐까요?
Q. 신선한 재료와 더불어 요리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밸런스를 정말 중요하게 생각해요. 조리 방법, 식재료의 조합, 색감까지 다 균형이 맞아야 맛도 더 좋아지거든요. 샐러드 하나를 만들더라도, 생으로 먹는 채소와 굽거나 찐 채소를 다양하게 조합해요.
Q. 4월 제철 식재료 중에서 추천하고 싶은 게 있다면요?
아스파라거스, 미나리, 완두콩 그리고 미더덕이요. 미더덕은 손질이 조금 귀찮긴 해도 밥에 넣으면 향이 정말 좋아요.
Q. 요리하면서 느끼는 돼지고기만의 장점이 있을까요?
소고기보다 활용도가 더 높다고 생각해요. 양념이 다양하게 어울리는 재료라 요리 아이디어도 많이 나오죠. 저는 구이보다는 찜, 볶음 쪽을 선호하는데요, 기름기를 조절하면서도 식감은 살릴 수 있기 때문이에요.
Q. 돼지고기 부위 중에서도 특히 뽈항정살을 좋아하신다고요. 초보자도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요리가 있을까요?
뽈항정수육 미나리국수를 추천해요. 찐 뽈항정살은 유자간장에 겨자를 살짝 섞은 양념에 찍어 먹으면 정말 맛있어요. 혹은 매실액+국간장+식초로 초간장을 만들어도 좋아요.
Special Recipe
1. 뽈항정살 밑에 대파나 생강을 깔고, 찜기에 7분간 쪄주세요. (뽈항정살을 찌면 기름이 빠지고 담백해져요.)
2. 국수는 삶아서 맛간장, 들기름으로 간을 맞춰주세요.
3. 고추지와 미나리대를 다져 고명으로 올려주세요.
Q. 요리가 꼭 작품 같아요. 플레이팅 팁이나 영감을 얻는 방법이 있을까요?
어릴 적부터 패션, 인테리어 잡지나 그림책 보는 걸 좋아했는데, 그런 이미지들을 꾸준히 접하다 보니 어느새 머릿속에서 자연스럽게 구도가 그려지는 것 같아요. 단순한 레시피북보다는 감각을 키워줄 수 있는 시각적인 매체들을 많이 접해보시길 권해요.
Q. 평소 요리에 동남아 요리나 중식풍도 즐겨 하시는데, 이국적인 요리를 시도할 때 포인트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포인트는 향신료인 것 같은데, 집에서는 전부 다 챙기기 어렵잖아요. 그래서 포인트 딱 하나만 살려요. 이를테면, 피쉬소스를 써서 향이 확 낸다든지, 끓인 고추기름을 생선에 뿌리는 거죠.
Q. 오늘 ‘아시안퀴진 똠’에서 여러 돼지고기 요리를 맛보셨는데 어떠셨나요? 요리에 접목하고 싶은 아이디어가 떠올랐다면 알려주세요!
분짜에 돼지고기 간이 정말 잘 배어 있었고, 식어도 맛있더라고요. 식감도 쫄깃해서 인상 깊었어요. 똠양꿍이 너무 맛있었는데, 새우 대신 돼지고기를 넣어도 좋겠어요. 참나물처럼 향이 강한 채소와 함께 요리해도 괜찮을 것 같고요.
Q. 현재 요리교실을 운영하고 계신데요. 가장 행복한 순간은 언제인가요?
제가 만든 음식을 맛보고 행복해하는 모습을 볼 때 최고로 행복해요. 요리를 업으로 삼고 계신 분들이 오셔서 유용한 팁을 얻어 갈 때도 뿌듯하죠. 매년 미국에서 일부러 수업을 들으러 오시는 분도 계신데, 그런 순간들은 정말 큰 힘이 돼요.
Q. 힘든 순간도 있으실 것 같아요.
밥 짓는 일은 언제나 고달픈 법이죠. (웃음) 가장 어려운 건 언제나 레시피를 만드는 과정이에요. 계량이 정확해야 하다 보니 매번 고민하고 조율하느라 머리를 많이 써야 하거든요.
Q. 앞으로 요리책을 또 낼 계획도 있으세요?
기회가 주어진다면요. 제가 피클이나 장아찌를 참 좋아하는데요. 단순한 절임 레시피를 넘어서 그 재료들을 활용한 다양한 요리를 함께 소개해보고 싶어요.
앞으로 이루고 싶은 꿈이 있느냐는 질문에, 김희종 요리연구가는 ‘어르신들을 위한 요리’를 오래도록 고민해왔다고 말합니다. 나이가 들어서도 맛있고 건강하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이 있다는 걸 많은 이들에게 알리고 싶다고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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